2011년의 하반기/올림픽파크 편 11

장미꽃을 위한.

호치민의주니 2011. 7. 9. 10:39

 

 1. 시어를 부른다...

     내가 키우은 것은 붉은 울음

     꽃 속에도 비명이 살고 있다.

     가시 있는 것들은 위험하다고

     누가 말했더라

     오, 꽃의 순수여 꽃의 모순이여

    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저쪽

     나도 가시에 찔려

     꽃 속에 들고 싶다

     장미를 보는 내 눈에서

    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.

      -----   릴케의 말 중에서  -----

 

    

 2. 장미차를 마시며

    시쓰는 후배가 인도에서 사왔다며 건넨 장미차

    보랏빛 마른 장미들이 오글오글 도사리고 있다.

    잔뜩 오므린 봉오리를 감싸고 있는 건 연두 꽃판이다..

    아홉 번을 다녀갔어도 후배의 연애는 봉오리째

    차마 열리지 못했는데, 그게 늘 쓴맛이었는데..

      ----  정끝별 님의 시 중에서  ----

 

 

 3. 사람에게

     한 송이 장미는

     풍경이지만

     벌에게는 ........

 

 

 

 4. 까치발을 한 젊은 여자, 장바구니에 장미 한 송이를 담아간다

    입양 가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. 다산으로 요란한 골목

      ----  마경덕님의 시어중  ----

 

 

 

 5. 나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서 한숨 짓는다.

     축제의 폭죽은 싸늘한 먼지로 사라지고 펄럭이던 혀와 술잔은

     어둠의 얼룩으로 메말라 있다.

     흩날리는 머리칼, 웃는 얼굴들, 마음의 은밀한 기타통을 울려대던 햇살의 관능적인 손가락

     사랑은 늘 눈빛의 과녁 옆으로 미세하게 비켜나는 나비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다.

     바랜 꽃잎처럼 떠나버린 여인들의 자리, 그 여백만큼 갈라진 시간의 몸살만이 빠르게 그 육체들을 추억했다.

       ----  유하 님의 시어중 ----

 

 

 

 6. 세상의 아득한 곳에 서 있었던 적도 있었으리라

     깊은 수면 속으로 헤엄치기도 하며

     힘찬 지느러미가 달린 그대

     맑은 눈빛을 따라 가면 수많은 꽃잎들

     세상은 온통 붉은 지느러미 출렁이며 흩어지네

     푸르른 바다 속, 셀 수 없는 꽃 들이 만발했네

       ----  김영자 님의 시어중  ----

 

 

 

 7. 조경사의 실수 일까요.

    붉고 탐스런 넝쿨장미가 만발한 오월,

    그 틈에 수줍게 내민 작고 흰 입술들을 보고서야 그중 한포기가 다른것을.....

    그토록 오랜 세월, 얼크러설크러졌으면 슬쩍 붉은 듯 흰듯 잡종 장미를 내밀 법도 하건만 틀림없이

    제가 피워야 할 빛깔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.

      ----  반칠환 님의 시어중  ----

 

 

 

 8. 우울한 날은

    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

     장미 앞에서

     소리내어 울면

    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

 

    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

     내내 앓고 있을때

     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

     잊지 못하네

    

     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

     겹겹의 무늬로 익어 이쓴 꽃잎들 사이로

     길이 열리네

       ----  이해인 님의 시어중  ----

 

 

 

 9. 가시가 없는 장미는 장미가 아니다
     동그라미 탁자 위 유리꽃병 속에서도 모진바람 불어 지난
     담벼락 밑에서도 너의 모습 변함없이 두 눈이 시리도록
     매혹적인 것은 언제든 가시를 곧추 세우고

     아닌 것에 맞설 용기가 있기 때문,

     아니라고 말할 의지가 있기 때문
     꽃잎은 더없이 부드러워도
     그 향기는
     봄눈처럼 황홀하여도
     가시가 있어서
     장미는 장미가 된다

       ----  홍수희 님의 시어중  ----

 

 

 

 10. 눈먼 손으로
     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.
      그건 가시투성이였어.

     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
      나는 미소지었지.
     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
     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.

    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
     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
     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
     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

         ----   복효근 님의 시어중  ----

 

 

 

  10. 나는 세상의 모든
       장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
       세월의 어느 모퉁이에서
       한순간 눈에 쏙 들어왔지만
       어느새 내 여린 살갗을
       톡, 찌른 독한 가시
       그 한 송이 장미를
      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

 

'2011년의 하반기 > 올림픽파크 편 11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휴일  (0) 2011.07.13
올림픽파크를 거닐다  (0) 2011.07.11
꽃의 마음으로..  (0) 2011.07.07
수요일엔 장미꽃을  (0) 2011.07.05
장미정원  (0) 2011.07.04