일상 속에서

보금자리...

호치민의주니 2007. 10. 23. 16:58

 

 

꽃이 지고 나면

생은 온통 가시밭길인가

삯바느질로 보릿고개를 넘던

어머니의 손끝에 박히던 바늘처럼

밤송이에도 굵은 바늘이 돋았다

만삭의 밤나무도 참깨를 이고

사립문을 나서시던 어머니처럼

물길을 찾아 이 골 저 골

발이 닳도록 헤맸을 것이다

여름 가고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

고열의 이마를 짚으며

백척간두를 오르내렸을 밤나무들

가평 푸른동산에 와

떨어져 뒹구는 밤송이를 본다

두 발로 짓이겨도

풋밤을 잉태한 모성은

아파하지 않는다

-송종찬 시 ‘밤송이를 줍다’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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