꽃이 지고 나면
생은 온통 가시밭길인가
삯바느질로 보릿고개를 넘던
어머니의 손끝에 박히던 바늘처럼
밤송이에도 굵은 바늘이 돋았다
만삭의 밤나무도 참깨를 이고
사립문을 나서시던 어머니처럼
물길을 찾아 이 골 저 골
발이 닳도록 헤맸을 것이다
여름 가고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
고열의 이마를 짚으며
백척간두를 오르내렸을 밤나무들
가평 푸른동산에 와
떨어져 뒹구는 밤송이를 본다
두 발로 짓이겨도
풋밤을 잉태한 모성은
아파하지 않는다
-송종찬 시 ‘밤송이를 줍다’