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08년을 담아서/사당과 관악 2008

주막의 야간풍경

호치민의주니 2008. 11. 12. 23:09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주  막

 

            천상병

 

골목에서 골목으로

저기 조그만 주막집

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.

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......

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

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,

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.

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.

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

밤은 깊어 가는데,

할머니 등 뒤에

고향의 뒷산이 솟고

그 산에는

철도 아닌 한 겨울의 눈이

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.

그 산 너머

쓸쓸한 성황당 꼭대기,

그 꼭대기 위에서

함박눈을 맞으며, 아이들이 놀고 있다.

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.

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.